지난 글에서 낑깡이가 버스를 기다리다 "저축하고 투자하고 싶다"고 말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글 끝에 "계좌를 만들러 가는 날, 그 이야기도 적어보겠다"고 했는데요.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다만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았어요.
오늘은 여섯 살(곧 일곱 살) 낑깡이의 첫 은행 통장을 만들러 한국잡월드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아이 은행 계좌 개설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실질적인 정보도 함께 담아볼게요.
2026.07.23 - [아이와 금융방주 만들기] - 어린이 경제교육 - 일곱 살 아이가 스스로 주식을 배우고 싶다고 한 날
어린이 경제교육 - 일곱 살 아이가 스스로 주식을 배우고 싶다고 한 날
아이 투자교육을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저는 일곱 살 (만 여섯 살) 아이가 먼저 투자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을 맞았습니다.얼마 전 낑깡이와 버스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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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경제 학습만화였다
아이가 스스로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요즘 많이 출간되는 학습만화, 동화 형태의 경제책들을 여러 권 들여줬습니다. 낑깡이가 그중 몇 권에 푹 빠지더니, 어느 날 계좌를 갖고 싶다고 말했어요.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아이가 은행 창구에 가서 직접 통장을 만드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실제로는 아이 친화적인 창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창구는 바쁘고, 아이가 천천히 경험할 여유를 주기 어렵거든요.
사실 예전에도 낑깡이가 직접 만들어보게 하려고 은행에 갔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말도 제대로 못 붙여보고, 결국 제가 그냥 만들어주고 온 셈이 됐습니다. 아이에게는 '내가 만들었다'는 경험이 남지 않았죠.
그래서 찾은 곳, 한국잡월드
아이 친화적인 곳을 찾다가 알게 됐어요. 한국잡월드에 하나은행이 '은행원 체험'으로 들어가 있는데, 현장에서 아이 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지점이 나와 있다는 거였습니다.
잘됐다 싶었어요. 마침 하나은행은 지금 사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이자 제 주거래은행이기도 하거든요. 오랜만에 잡월드 나들이도 할 겸, 통장 개설에 필요한 서류를 챙겨 출발했습니다.
혹시 같은 계획을 세우실 분들을 위해 준비물을 적어둘게요. 주민등록번호는 끝까지 나와 있어야 해요. 그리고 모두 아이 기준으로 발급받으셔야 합니다. 기본증명서(상세), 가족관계증명서(상세), 그리고 아이 도장을 챙겼습니다.
잡월드에서 드러난 아이의 변화
잡월드 체험은 즐거웠어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변화를 발견했습니다.
예전의 낑깡이는 자동차를 타거나 시끌시끌하게 몸으로 노는 체험, 그러니까 소방관이나 해양경찰관 같은 걸 골랐어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잡월드 안에서 쓰는 화폐인 '조이'를 많이 벌 수 있는 직업 위주로 고르더라고요.
반대로 조이를 써서 만들어야 하는 체험, 예를 들어 피자 만들기나 디저트 만들기, 화관 만들기 같은 건 쳐다도 안 봤어요. 왜냐고 물으니, 조이를 차곡차곡 모아서 이자를 받고, 그 돈으로 조이샵에서 큰 걸 사고 싶다는 거예요.
속으로 웃음이 났습니다. 우리 집 홈잡 시스템으로 저축과 소비를 익혀온 게, 이런 데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라고요. 물론 사고 싶은 걸 위해 모으는 것도 중요한 경제 감각이니까요.
예상과 달랐던 통장 개설
체험을 마치고 외부에 있는 하나은행 출장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이 빗나갔어요.
종이 통장 개설이 아니라, 부모가 하나은행 앱으로 하는 비대면 계좌 개설이었던 거예요. 사실 오기 전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어요. 잡월드에 체험을 목적으로 온 부모를 설득해서 통장개설을 목적으로 하는 출장소였거든요. 그런 부모들이 서류를 완비해서 왔을리는 없으니까요. 알고 보니 실제 발급은 앱으로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물리적인 경험을 꼭 주고 싶었어요. 종이 통장을 직접 손에 쥐는 경험이요. 그런데 결국 잡월드 체험장에서 받은 체험용 통장만 갖게 됐습니다.
그래도 출장 나온 직원분들은 아이 친화적이었어요. 제 목적과 아쉬움을 말씀드렸더니,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급하면 집 근처 지점에 준비한 서류를 모두 가지고 가면 수수료 없이 종이 통장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요.
다만 당일에 바로 하기는 어려웠어요. 체험하고 식사까지 하고 나니 은행 영업시간과 맞지 않았거든요. 낑깡이는 그날 바로 통장을 갖고 싶어 했지만,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진짜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이날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어요. 낑깡이는 사실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었던 거였습니다.
그동안 읽은 책으로 주식이 무엇인지 이론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실제로 어떻게 돈을 버는 건지 직접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문제는 이날 만든 건 은행 계좌라는 거예요. 주식을 하려면 증권 계좌가 따로 필요한데, 그건 아직 없습니다. 게다가 하나 계좌를 만들면 20일이 지나야 다른 계좌 신규 발급이 되는 규정도 걸려요. 비대면으로 또 만들고 싶지는 않은데, 아이가 개학하면 증권사 영업점을 직접 찾아가는 것도 일이 되죠.
여기서 저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아이 교육을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손에 쥐는 경험이 좋은데, 정작 수수료나 혜택은 비대면 계좌가 더 많거든요. 교육적 가치와 실용적 혜택이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겁니다. 참 답답한 지점이에요.
일단은 아이에게 잘 설명하고 설득해보려고 합니다. 비대면 계좌의 장점도 있으니까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세운 계획
빈 계좌만 하나 만들고 돌아오는 길이었지만, 소득이 없진 않았어요. 오히려 앞으로의 그림이 좀 더 선명해졌습니다.
마침 알게 된 정보가 있었어요. 만 7세가 넘으면 체크카드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자 구조가 그려졌습니다.
아이가 저축용으로 모은 저금통 돈은 증권사의 CMA와 주식 투자로 넣게 하고, 소비용으로 받는 돈은 은행 계좌에 넣어 체크카드를 발급받는 거예요. 그러면 낑깡이가 입금과 출금, 통장 기록을 모두 직접 해볼 수 있게 됩니다. 저축은 불리는 쪽으로, 소비는 관리하는 쪽으로 나뉘는 거죠.
그래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와 상의했어요. 일곱 번째 생일인 올해 10월에, 종이 통장과 체크카드를 함께 발급하러 가자고요. 낑깡이는 당장 갖고 싶었던 터라 아쉬워하면서도 그러자고 했습니다. 사실 카드 발급이 통장 발급과 꼭 같은 날일 필요는 없으니, 이 부분은 차차 더 이야기해볼 생각이에요.
계획대로 안 됐지만, 그래서 더 배웠다
솔직히 이날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어요. 종이 통장도 못 받았고, 주식 계좌는 시작도 못 했죠. 하지만 돌아보면 얻은 게 많았습니다.
아이 명의 계좌를 만들 때 오프라인과 비대면의 차이, 계좌 개설 후 20일 제한, 만 7세부터 가능한 체크카드까지 — 직접 부딪히며 알게 된 정보들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낑깡이가 잡월드에서 조이를 모으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경제교육이 아이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아이에게 실물을 쥐여주고 싶은 부모 마음과, 혜택을 챙기고 싶은 현실 사이에서 저는 아직 답을 완전히 정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런 고민의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10월에 종이 통장과 체크카드를 만들러 가는 날, 그때는 낑깡이가 직접 자기 손으로 통장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 이야기도 언젠가 여기에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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