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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금융방주 만들기

우리 집엔 소비처가 있습니다 — 미디어도 간식도 돈을 내야 하거든요

by 캐쉬플로우퀸 2026.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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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낑깡이가 번 돈을 기부·저축·지출로 나눈다고 했습니다. 그중 지출은 아이 마음대로 쓴다고 했는데요. 그럼 그 돈이 대체 어디로 흘러갈까요?

2026.07.22 - [아이와 금융방주 만들기] - 아이 용돈 관리법, 번 돈을 셋으로 나누면서 시작됩니다 (기부·저축·지출)

 

아이 용돈 관리법, 번 돈을 셋으로 나누면서 시작됩니다 (기부·저축·지출)

앞선 글들에서 여섯 살 낑깡이가 집안일로 용돈을 버는 '홈잡 시스템'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어요. 바로 번 돈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quant.money-mamia.com

 

여기서부터가 우리 집의 조금 독특한 부분입니다. 경제교육을 시작하려고 할 때, 남편과 가장 많이 논의한 부분입니다.

우리 집에는 '소비처'가 있어요. 쉽게 말해, 집 안에서 돈을 내고 사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미디어를 보거나 간식을 먹을 돈을 지불합니다. 처음 들으면 "집에서까지 돈을 내라고?" 싶으실 텐데, 여기엔 분명한 의도가 있습니다. 아이 경제교육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하나의 사례로 소개해볼게요.

우리집 소비처

미디어를 보려면 시간만큼 돈을 낸다

우리 집에서 TV나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미디어를 보는 건 공짜가 아닙니다. 시간에 따라 요금이 매겨져 있어요.

지금 낑깡이의 기준으로 30분에 5천 원, 1시간에 1만 1천 원, 1시간 30분에 1만 8천 원, 2시간에 2만 5천 원. 그리고 하루 최대 2시간까지만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어리면 돈의 단위를 단순화 시켜주세요.

요금표를 보시면 눈치채셨겠지만, 오래 볼수록 30분당 단가가 살짝 올라갑니다. 30분은 5천 원인데 2시간은 2만 5천 원이니,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지는 구조예요. 오래 보면 볼수록 아이 지갑이 더 빠르게 비도록 설계한 겁니다.
아이들 미디어 노출은 뇌발달에도 좋지 않다는 것은 기정 사실입니다. 그 부분을 최대한 잡아주려고 했어요.

효과가 있어요. 낑깡이는 미디어를 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합니다. "이거 볼 만큼 값어치가 있나?" 하고요. 공짜일 때는 무한정 틀어놓지만, 자기 돈이 나가면 선택을 하게 되거든요. 시간이 곧 돈이라는 걸, 말이 아니라 지갑으로 배우는 셈입니다.

무작정 "보면 안 되!"라고 하면 아이는 납득하지 못합니다. 부모의 마음만 돌리게 하면 볼 수 있는 기준은 일관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물론 여기에 부모도 함께 적용됩니다. 최소한 아이가 보는 앞에서는요. 아이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습니다. 부모도 가능한 TV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와 피부를 맞대어 책을 보거나 눈을 맞추고 함께 노는 계기가 생깁니다. 저희는 같이 그림 그리는 취미도 생겼어요.

간식은 칼로리로 값을 매긴다

간식은 더 재미있습니다. 우리 집 간식 가격은 기본적으로 칼로리를 기준으로 정해요.

대략 100kcal당 1천 원입니다. 크기가 작아도 열량이 높으면 값이 올라가요. 예를 들어 작은 사이즈인데 200kcal이면 2천 원입니다. 낱개로 파는 과자, 이를테면 빈츠 한 조각 같은 건 몇백 원 단위로 쪼개기 어려우니 최소 단위를 500원으로 잡았어요.

큰 봉지 과자를 뜯어 먹을 때는 방식이 조금 달라요. 작은 접시를 하나 정해두고, 거기에 담을 만큼 담아서 한 접시에 2천 원입니다. 봉지째 끼고 무한정 먹는 걸 막는 장치죠.

이 방식을 하다 보니 예상 못 한 효과가 생겼어요. 낑깡이가 간식을 먹기 전에 영양성분표를 확인하게 된 거예요. 칼로리가 곧 가격이니까, 자연스럽게 "이건 몇 칼로리지?" 하고 뒷면을 보게 됩니다. 비싼 간식은 아이도 덜 찾게 되니까요.  그리고 저희 부부도 고칼로리 간식을 덜 먹게 됐어요. 특히 남편은 식사보다 군것질이 잦은편인데 덕분에 상당부분 줄였어요. 그리고 부모는 먹는데 아이는 못먹게 하는 것도 교육이 되기 어렵거든요. 경제교육으로 시작했는데 식습관 교육까지 딸려온 셈입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외식을 한다

여기서 핵심 반전이 있어요. 이렇게 미디어비와 간식비로 모인 돈은 어디로 갈까요.

바로 가족 외식비가 됩니다.

낑깡이만 내는 게 아니에요. 저와 남편도 미디어를 보거나 간식을 먹으면 똑같이 돈을 냅니다. 그렇게 온 가족이 낸 돈이 한곳에 모이고, 그 돈이 쌓이면 외식을 하러 가요. 돈이 모이지 않으면? 그냥 집밥을 먹습니다.

이 규칙에는 사실 남편을 향한 의도도 살짝 있어요. (남편이 이 글을 보면 웃겠네요.) 평소 외식을 즐기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외식을 하려면 그만큼 집에서 미디어와 간식을 절제하며 돈을 모아야 하니, 자연스럽게 균형이 잡힙니다. 외식이 줄면 남편이 집에서 요리를 하게 되는 효과도 있고요. 우리 집 '요리사'가 아빠거든요. 

이 모든 걸 만든 이유

집 안에서까지 돈을 내게 하는 게 야박해 보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집에서까지 피곤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들 하세요. 그런데 저희가 이 소비처를 만든 이유는 단순합니다.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고 싶었어요. 미디어든 간식이든, 공짜라고 여기면 절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대가가 있으면 스스로 조절하게 돼요. 그게 아이든 어른이든 마찬가지고요. 다들 알고 계시듯이 말로 하는 훈육은 별 효과를 못 봅니다. 먼저 행동하고 모범을 보이는것이 중요해요. '엄마, 아빠도 안 하잖아요. 왜 나만 해야해요?' 이런 말이 통하지 않아요. 우리집의 규칙으로 함께 지키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데 쓰길 바랐습니다. 미디어를 덜 보고 간식을 덜 먹는 대신, 책을 읽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른 취미에 시간을 쓰는 거죠. 저희가 함께 그림을 그리고,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함께 텃밭을 돌보러 가는 것처럼요. 소비처는 결국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릴 것인가"에 대한 우리 집의 답인 셈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규칙이 아이만 바꾼 게 아니라는 거예요. 미디어 요금을 내다 보니 부모인 저희도 스마트폰을 덜 보게 됐고, 간식 가격을 매기다 보니 온 가족의 간식 소비가 줄었어요. 아이를 위해 만든 규칙이 결국 집 전체의 생활을 바꿨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낑깡이가 3년째 이어오고 있는 기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매년 자기 생일마다 어딘가를 찾아가는데, 그게 아이 스스로 낸 아이디어였어요. 이 이야기는 저에게도 좀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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