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이 경제교육 이야기를 여러 편 써왔습니다. 아이가 집안일로 돈을 벌고, 그 돈을 기부·저축·지출로 나눈다고 했죠. 그중 기부 몫이 10%였습니다.
2026.07.22 - [아이와 금융방주 만들기] - 아이 용돈 관리법, 번 돈을 셋으로 나누면서 시작됩니다 (기부·저축·지출)
아이 용돈 관리법, 번 돈을 셋으로 나누면서 시작됩니다 (기부·저축·지출)
앞선 글들에서 여섯 살 낑깡이가 집안일로 용돈을 버는 '홈잡 시스템'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어요. 바로 번 돈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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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 기부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낑깡이가 2년째 생일마다 이어오고 있는, 저에게도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시킨 게 아니라 아이가 먼저 꺼낸 일이었어요.
기부저금통이 쌓여가는데, 문득 든 생각
아이에게 '부자의 심장'을 갖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낑깡이가 버는 모든 돈의 10%는 '기부' 저금통으로 따로 빼두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기부저금통이 늘어가기만 하면 뭐 하나. 아이가 진짜로 실감하려면, 이 돈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가닿아야 하는 거잖아요. 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나눔을 배울 수 없으니까요.
부에 대한 탐욕을 기르지 않도록, 어떻게 하면 이 기부를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처음엔 어린이 병원을 떠올렸어요. 제가 어린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낑깡이가 지금 건강하고 행복한 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아이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뜻밖에 어린이 병원은 추천하지 않으셨어요. 그곳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고요. 미처 생각 못 한 부분이었습니다.
대신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학교에서 매년 연말에 아이들이 김장 김치를 담가 독거 어르신들께 전달하는 활동을 하는데, 그 담당자를 연결해주시겠다고요. 그래서 막연하게 '어르신들을 돕는 쪽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만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게 있어요. 저는 낑깡이에게 이 이야기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저 스스로도 '왜 굳이 어르신들이어야 하지?'를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저 제 머릿속 고민이었을 뿐이에요.
아이가 먼저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낑깡이가 스스로 말했어요.
"엄마, 나 홈잡해서 받는 돈 10%씩 넣는 기부저금통 있잖아요. 그거 아프거나 어렵게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드려도 돼요?"
너무 놀랐습니다. 순간 '선생님이 뭔가 말씀하셨나?' 싶었어요. 나중에 여쭤보니 아니라며, 선생님도 똑같이 놀라셨고요.
그럼 낑깡이는 왜 갑자기 어르신들을 떠올렸을까. 연유를 알아보니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아이가 자주 가는 노점 분식집이 있어요. 유치원 셔틀 정류장과 집을 오가는 길목에 있는 곳입니다. 주인분이 낑깡이를 참 예뻐해주셨고, 아이도 잘 따르며 인사하곤 했어요.
그런데 그 가게가 종종 일찍 문을 닫는 날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주인분이 치매를 앓는 어르신을 모시고 있어서, 병원에 가거나 돌봄 때문에 자리를 비우셔야 했던 거예요. 그날도 "다음에 더 많이 챙겨줄게, 먼저 갈게" 하고 인사하셨을 뿐이었습니다.
바로 그날, 집에 오는 길에 낑깡이가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고 말한 거였어요.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식집 아주머니가 겪는 어려움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마음에 담아둔 겁니다. 저는 이 연결고리를 알고 한참을 먹먹했어요.
왜 하필 '생일'일까
기부하는 날을 아이 생일로 정했습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어요.
아이들에게 생일은 선물을 받고, 가장 축복받고, 행복해야만 하는 날이죠. 그 말도 물론 맞아요. 하지만 저는 낑깡이가 그날을 조금 더 뜻깊고 의미 있게 여겼으면 했어요. 받기만 하는 날이 아니라, 나누기도 하는 날로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홈잡으로 버는 돈으로는 1년쯤 모아야 기부해도 의미 있을 만한 금액이 되거든요. 그래서 1년에 한 번, 생일에 기부하는 리듬이 자연스러웠어요.
선생님이 연결해주신 지역 노인종합복지관 담당자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마침 이야기를 전해 들으셨다며 반겨주셨어요. 어떻게, 왜 기부하려는지 상담했더니, 어르신들께는 정기적으로 즉석식품을 가져다드리고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즉석밥, 죽, 국, 김, 두유 같은 것들이요. 아이가 직접 전달하기에도 실물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첫 번째 기부의 날
아이의 다섯 번째 생일 전날, 처음으로 기부저금통을 열었어요. 2년 넘게 모은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었어요.
집 근처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품을 낑깡이가 직접 고르고 담게 했습니다. 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 담고도 현금이 꽤 남았어요.
생일에 지역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가 담당자분을 뵈었습니다. 물품을 전달하고, 남은 돈도 직접 드리고, 사진 한 장만 남기고 나왔어요.
솔직히 '보여주기식으로 보시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담당자분은 낑깡이가 이렇게 어리다는 사실에 정말 놀라셨고, 아이가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진심으로 응원해주셨습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정기 기부도 등록하고 왔어요. 아이 덕분에 저도 '부자의 심장'의 작은 조각을 갖게 된 셈이에요.

복지관의 스타가 된 낑깡이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요. 그해 연말에 복지관에서 행사를 한다고 참여 연락을 주셨어요. 저는 아이 유치원도 하루 빼고, 월차까지 내고 갔습니다. 네가 한 기부가 어떻게 쓰이고 어떤 분들께 전달되는지 낑깡이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행사장에 가보니, 낑깡이가 어느새 복지관의 스타가 되어 있었어요. '이런 아이가 있다더라' 하고 소문이 났던 모양이에요. 결국 행사 중간에 아이를 소개해주셨는데, 낑깡이가 부끄러움에 싫다고 울음을 터뜨려서 인사도 못 했습니다. (인사시켰다고 어찌나 화를 내던지, 달래는 데 한참 고생했어요.)
2년째, 여전히 어르신께 가는 아이
1년 뒤, 두 번째 기부 때는 낑깡이가 갈 곳을 스스로 고르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여전히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같은 복지관에 연락을 드렸고, 여섯 번째 생일 무렵에 방문해 물품과 돈을 전달했습니다.

이번엔 복지관에서 포토존까지 마련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셨어요. 선한 영향력을 위해 낑깡이를 좀 더 알려도 되겠냐는 제안도 주셨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희 부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에요. 아이가 거만해지는 것도 원치 않고, 불필요한 구설도 피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대외적으로 기부자는 제 이름으로 해두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아이의 이름이나 복지관 실명은 밝히지 않는 이유예요. 좋은 일이라도, 아이를 앞세우고 싶지는 않아서요.
아이가 저를 가르쳤다
이 기부는 제가 아이에게 가르친 게 아니에요. 오히려 낑깡이가 저를 가르쳤습니다.
저는 '왜 어르신이어야 하지?'를 납득 못 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식집 아주머니의 어려움을 보고 스스로 답을 찾았어요. 그리고 2년째,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같은 선택을 이어가고 있고요.
기부저금통 10%는 처음엔 그저 규칙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낑깡이에게 '나눔'이 실제 경험이 됐습니다. 돈을 버는 법, 모으는 법만큼이나, 나누는 법을 아는 것. 그게 제가 아이에게 정말로 물려주고 싶은 '부자의 심장'이에요.
올해 일곱 번째 생일에도 낑깡이는 아마 같은 곳을 고를 것 같아요. 그날이 오면, 이번엔 어떤 마음으로 갈지 아이에게 물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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